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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 5번 교향곡 2악장에서 C 장조로 전조가 되는(것 같은)데 조표가 그대로인 이유
    공부/음악이론 2026. 3. 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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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로 2악장 악보 보기

    베토벤 5번 교향곡의 2악장을 듣다 보면 A♭ 장조로 진행되다가 C 장조로 전조하는 듯한 구간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고 어떤 이론 분석 글들에서도 'C 장조로 전조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들린다는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http://www1.lasalle.edu/~reese/Beethoven_Symph_5_notes.pdf

    하지만 총보의 현악 부분을 보면 그 전조하는 듯한 부분에서도 조표(key signature) 표기는 A♭ 장조를 유지합니다. (원래 open 표기인 호른, 트럼펫 등은 무시) 

    • 2악장 시작부터 끝까지 조표는 4플랫 그대로 유지됩니다. (IMSLP에 올라온 Breitkopf & Härtel 초판, Dover study score, Urtext 등 모든 주요 악보에서 동일)
    • C 장조 부분에서는 임시표(주로 ♮)로 플랫을 취소합니다.
      • 예: B♭ → B♮, E♭ → E♮, A♭ → A♮, D♭ → D♮ 등.
    • 조표를 C 장조(빈 조표)로 바꾸지 않습니다. 이는 베토벤 자필보와 초판 그대로이며, 후대 편집본에서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위와 같은 표기법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지 조사해 봤습니다.

     

    조표를 그대로 유지한 이유

    베토벤 교향곡 5번 2악장(Andante con moto)은 전체적으로 A♭ 장조(4플랫 조표: B♭, E♭, A♭, D♭)로 쓰여 있으며, 중간의 C 장조 부분은 일시적인 대비 주제(contrasting theme)일 뿐, 악장의 구조적·지속적인 새로운 조성(tonic)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 블로거 주인이 막귀 음알못이라 착각함)



    악장의 형식과 조성 구조

    • 이 악장은 이중 변주곡 형식 (double variation form; 두 개의 주제를 번갈아 변주하는 형식)입니다.
      • 제1주제: A♭ 장조 (저현악기 중심, 서정적).
      • 제2주제: C 장조 (금관·팀파니가 들어오는 “군사적” 또는 팡파레 스타일 대비 테마, 전체 악곡에서 약 20~30마디 정도의 비교적 짧은 에피소드).
    • 제2주제가 끝나면 다시 A♭ 장조로 돌아오고, 이후 변주들도 주로 A♭ 장조(일부 A♭ 단조 삽입) 중심입니다.
    • 따라서 악장 전체의 주요 조(key)는 A♭ 장조이며, C 장조는 단순한 가온음(mediant) 관계(장3도 상행)의 일시적 조성 전조(temporary modulation)일 뿐입니다 (Tonicization이라고 함).

    C 장조의 가온음
    C 단조의 가온음



    왜 조표를 안 바꾸는가? (고전 시대 관행 + 실질적 이유)

    음악적 관점에서 전조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면, 이 '전조 같은 부분'은 확립된 전조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표를 바꾸려면

    1. 구조적으로 새로운 조가 확립
    2. 그 조에서의 명확한 종지(cadence)
    3. 충분한 지속성

    이 요구됩니다. 이 C장조 구간은

    • 새로운 조로 판단되는 부분은 있지만 (C: V → I의 도미넌트 모션 있음)
    • 길이가 제한적이고
    • 전체 형식에서 “중간 대비부(variation/episode)” 역할
    • 다시 A♭으로 돌아옴

    따라서 음악적, 악보 표기 관점에서는 이 부분을 “확립된 전조”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베토벤도 후기의 다른 작품 Bagatelles Op.126 제5번에서 8마디 정도의 짧은 C 장조로 조표를 바꾼 경우는 있지만, 여기서는 해당되지 않으며, 이 작품은 잠시 뒤에 설명합니다.

    또한 고전·낭만 초기 시대(베토벤 포함) 작곡가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일시적·비구조적 조성 전조에서는 조표를 바꾸지 않고 임시표만 사용하는 것이 표준이었습니다.

    • 악보 가독성·실연 편의: 교향곡 악보(특히 오케스트라 풀스코어와 개별 파트)에서 조표를 자주 바꾸면 연주자들이 매번 조표를 인지하고 다시 적응해야 합니다. 임시표로 처리하면 한 번의 조표만 익히고, 필요한 곳에만 natural을 보면 됩니다. 
    • (특히 고전악파에서) 시대 관행: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시대에는 일시적 전조에는 조표 변경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긴 C 장조 구간이라도 주요 조(A♭ 장조)가 명확하면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대 편곡에서는 가끔 C 장조로 단순화하지만, 원전은 아닙니다)


    [참고] 베토벤의 Bagatelles (작은 곡) Op.126 제 5번

     

    • 작품 정보: 6개의 바가텔 Op.126 중 No.5 (Quasi allegretto, G 장조).
    • 조표 변경 내용: G 장조 (1샵: F♯)로 시작하다가 중간에 C 장조(빈 조표)로 조표를 바꿔 약 8마디 정도 유지한 뒤, 다시 G 장조 조표로 돌아옵니다.
    • 조표를 바꾼 것이 논의의 대상: TalkClassical 포럼 등에서 “베토벤이 왜 이렇게 짧은 구간인데도 조표를 굳이 바꿨을까? (F♮ 몇 개 쓰면 될 텐데)” 하며 가독성·의도 논의가 되는 부분입니다. [출처]

    이 곡은 베토벤 후기(1824년경) 작품으로, 바가텔치고는 비교적 실험적이고 세련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짧지만 뚜렷한 중간 대비 섹션(C 장조)에서 조표를 변경한 드문 사례입니다. (5번 교향곡 2악장의 C 장조 에피소드처럼 단순 대비라면 조표를 안 바꾸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여기서는 바꾼 예외.)

    비교 (피아노 소나타와 비교)

    • 피아노 소나타 Op.106 2악장: B♭ 장조 → B 단조로 가는 Presto 부분에서 빈 조표(C 장조/A 단조)로 아주 짧게(약 4마디) 변경했다가 바로 돌아옴. 이건 조성 강조 + 화성 명확성을 위한 선택으로 더 자주 논의됩니다.

     

    결론

    베토벤 교향곡 제5번 2악장의 C장조 구간은, 청각적으로는 분명한 조성 변화를 느끼게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A♭장조에 종속된 영역입니다. 따라서 악보에서는 조표를 유지하고 임시표만으로 처리하는 것이 이론적·관습적으로 모두 타당한 선택입니다. 이는 조표가 단순히 “현재 들리는 음계”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구조적 중심을 나타내는 기호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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